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는 끝난 것일까?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기인가?

편집부(admin@poga.or.kr) Date : 2020-04-29 14:38

경기 상황을 분석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주식 가격은, 미래 경기가 좋아지고, 기업들의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 예측하는 사람이 많으면 올라간다. 그렇지만 경기가 나빠지고 기업의 영업이 어려워 질것이라 예상되면 사람들은 가지고 있는 주식을 팔고 대신 안전자산인 부동산이나 금, 국채 같은 곳으로 가고자 하여 떨어진다. 그래서 주식시세는 경기에 선행하는 지표 같은 역할을 한다. 

주식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미래 경기가 현재보다 나아 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이 많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여러 경제 지표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소비선행지수가 좋아진다든지, 선박수주가 늘었다든지, 기업들의 수익이 늘었다든지, 무역이 흑자라든지 하는 지표들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심리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있었던 끔찍한 대공황은 이런 이론적 지표보다 사람들 심리가 문제였다.  대공황의 직접적인 원인은 유럽에서 밀려들어 온 자본으로 인한 시장의 공급과잉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문제가 되기도 전에 사람들은 불경기를 예측하고, 앞 다투어 주식을 내다 팔면서 정말로 시장의 불경기가 시작되었다. 이런 상황은 앞 사람이 뛰니 이유도 모르고 함께 뛰는 장면을 연상하면 맞다. 미국의 대공황은 세계적으로도 영향을 끼치면서 회복하는데 20년 넘는 세월이 필요했다. 

2001년 미국 뉴욕의 무역센터 건물에 대한 치명적인 테러로 사람들은 세계 전쟁이라도 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휩싸이면서 가지고 있는 주식을 너도 나도 파는 바람에 장장 10여 일이  넘는 대 폭락을 경험했다. 실제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당장 회사에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당시의 폭락이 진정되고 경기가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데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심리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주식시장은 매우 겁이 많은 덩치 큰 동물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주식시장 참여자를 불곰과 황소에 비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주식시세는 이런 과거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S오일이 천문학적인 조 대의 손실이 났다고 발표했고,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바닥을 칠 것이란 예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여행, 외식, 행사, 문화공연, 영화 등 직격탄을 맞은 산업의 피해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경기예측 기관들이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의 올 해 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 또는 0% 대의 아주 미미한 수준의 성장에 멈출 것이란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각국의 주식시세는 크게 요동치지 않고 있다. 3월에 잠깐 세계적으로 약 20% 내외의 하락이 있었을 뿐 한 달이 지난 지금 그 중 절반 이상 회복하고 있고, 서서히 본래 가격대로 상승하고 있다. 작은 이슈에도 변동성이 컸던 주식시장의 과거 모습과는 사뭇 다른 이와 같은 안정세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 언제 다시 대유행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안정적이라 말하긴 이르다.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 사망자 추이

20세기 초에 있었던 대 재앙, 스페인 독감의 경우 여름으로 들어가면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그 해 겨울이 되면서 다시 대 유행이 시작되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했다. 표를 보면 혹시 코로나19사태의 경우도 스페인 독감이 1차 진정국면에 접어든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놓여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현대는 당시보다 진보된 의료시스템과 진단검사 수준이 있기에 그렇게까지 큰 재앙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기업들의 실적도 암울하고, 코로나19도 언제 다시 유행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이 건재한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일까?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실물경제가 무너지지 않은 상태에서 질병으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 주체들의 유동성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시장 펀더멘탈에 큰 지장이 없다 말 할 수 있다. 즉, 비록 장사는 잘 되지 않지만 부채 비율이 엄청 높아졌다거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불황이 예상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주체인 국민들 역시 자신의 통장에 돈이 있기 때문에 향후 소비에 큰 문제가 없다. 돈이 없어서 경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못해서 소비가 일어나지 못한 것이기에 코로나19만 종식된다면, 시장은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될 것이라는 긍정적 예상들을 하고 있다고 풀이된다. 국가적으로 돈이 없었던, 과거 금융위기나 우리나라의 IMF 위기와는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둘째, 각국의 즉각적이고, 과감한 경기 부양책에 대하여 시장이 신뢰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각국 정부는 증시가 폭락한 3월 중순 다양한 시장경제 회복 부양책을 내놓았다. 더 이상은 경제 충격이 없도록 하겠다는 강력한 정책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사람들은 정부의 발 빠른 대처로 더 이상의 침체는 없을 것이라 신뢰하는 모양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때도 미국정부의 과감하고 지속적인 양적완화 조치가 시장을 살리는 주요인이었기에 더욱 정부의 조치를 믿는 눈치다. 우리나라 역시 비록 개별기업 중에 힘든 곳이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책에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 더 이상의 경기변동은 없을까?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형국이었고, 그 피해규모는 비가 그친 뒤 드러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이제부터 파악될 것이다. 그 규모가 얼마나 될 것이며, 어떤 산업이 특히 피해를 보았는지에 따라 향후 시장에서의 변동성이 결정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피해규모가 크고 광범위하다면 주식시장의 추가적인 하락은 물론 다른 경제 분야에서의 침체도 막을 수 없다. 만일 피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하더라도 특정 산업분야나 기업에 피해가 집중된다면, 그 기업의 가치 하락도 막을 수 없다. 즉, 이젠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개별종목 투자에 유념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이 하락할 때는 전체적으로 떨어지지만 회복할 때는 개별 종목별로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을 잘 생각해야 한다. 굳이 따지자면 앞서 말한 피해 산업 군에 속하는 종목의 경우 피해규모와 관계없이 정상화 되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기 때문에 매수를 피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가지고 있는 주식을 다 팔고 금이나 국채를 사라는 의미는 아니다. 

시장 경제에서는 추세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전체적인 추세가 상승이냐, 하락이냐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일 추가 하락이 불가피 하다면 지금 움직일 것이 아니라 지켜보는 것이 맞다. 상승이라 해도 성급하게 매수 세력에 동참할 필요도 없다. 추세적으로 상승이라면 중간에 합류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의 향방은 올 겨울 코로나19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언제 나오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지금 세계적인 전문가라 하는 사람들도 둘로 나뉘어 각기 핑크빛과 잿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개별 경제주체들은 시장 판단을 조급할 필요가 전혀 없다. 지금은 그저 신중하고, 조심히 행동해야 할 때다.